조금 떨리지만 작년 2월부터 이 글을 쓰기만을 참 오래도록 기다렸다. 그래서 오늘 글은 무척이나 긴-글이🐌 3년동안 오앙을 지켜오면서 2020년은 사실 처음으로 생존(?)을 위협받은 힘든 해이기도 했는데, 언젠가 좋아하는 선배 언니가 나에게 해주었던 인생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여서 안 좋은 일과 좋은 일의 균형은 같다며 그렇게 슬퍼할 것도 기뻐할 것도 없다던 말처럼, 1년의 기다림을 지나 꼭 선물처럼 12월 31일 “오앙(oang)”이 온전히 오앙의 것이 되어 마지막 날을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었다.오앙!은 사실 자주 하던 입버릇 같은 말이었다. 크거나 작게 혹은 여러 높낮이로 멋지고 어여쁜 무언가를 만났을 때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작은 감탄사. 4-5년 전 즘, 잡화점을 열어야지 마음을 먹은 나는 가게를 준비하기도 전에 제일 먼저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라니까 멋진 이름이 생기면 그 뒤로는 물 흐르듯 모든 것이 시작되겠지 하고.이름은 꼭 한글 이름으로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부드럽고 경쾌한 발음이었으면 좋겠고, 너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영어로 썼을 때도 복잡하지 않고 어여쁜 이름이면서 처음으로 쓰이는 이름이어야 했다.순우리말 모음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멋진 이름이 떠오르면 노트에 끊임없이 적어보고 누가 상호로 쓰고있진 않은지 샅샅이 검색도 해보며 치열한 고민 끝에 이름을 정하기까지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사실 오앙은 거의 처음에 떠올렸던 이름인데 “오앙”이라는 글자를 하도 많이 쓰고 보고 했더니 판단력이 흐려지고 확신이 부족해서(ㅎㅎ) 늘 주변 사람들에게 ( 조금은 답정너 스타일로 ) 물어보고 다니곤 했다. 그 때의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고마운 친구들, 선생님께 정말 고마운 마음 손님들이 “오래되고 앙증맞은” 이라고 써있는 문구를 보고 “오앙-감탄사인줄 알았어요! 이런 뜻이었구나.” 하실 때가 종종 있는데, 오래되고 앙증맞은 이라는 말은 오앙 이라는 말이 혹시 너무 가볍게 느껴질까 싶어 고심 끝에 붙여준 뜻이었다. 다행히 앙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얼마 없어서 사전에서 앙증맞다를 보자마자 바로 오래되고 앙증맞은이 떠올랐다. ( 앙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뭐가 있더라,,,하며 사전을 검색. ) 그렇게 2018년 2월 이태원에서 머리와 마음 속에서만 맴돌던 “오앙”이란 이름은 처음 쓰였고, 가게에 들러준 손님들이 “오앙! 진짜 오앙 하게 되네.” 라고 말씀해주시던 순간은 여전히 제일 기쁜 순간 중에 하나. 그런 오앙의 이름을 제대로 지켜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된 건 2019년도 겨울즈음 큰 디자인 회사에서 오앙의 상호명으로 제품을 제작하면서부터. 법적으로 오앙 이름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상표 등록해야 했기에 늘 망설여오다가, 오앙에서 만든 줄 알고 교보문고에서 다이어리를 구매했다는 손님의 말에 등록을 결심했다. 오앙은 작고 작은 동네 잡화점일 뿐이어서 당연히 모르고 쓰셨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신다면 소중한 이름을 뺏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어제 잠시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다녀왔다 오앙의 이름이 도배된 물건들을 보고 수십번 고민 끝에 떨리는 마음으로 내용 증명을 보낼 생각이다. ( 벌써부터 두근두근 차가워진 손 )어디서든 오앙을 검색했을 때 오앙!이 바로 보일 수 있도록 그 동안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고 고마운 마음. 오앙이 온연히 오앙이길 바라면서🌛✨
